개역한글과 개역개정, 무엇이 다른가요? 성경 역본 고르는 법
"어떤 성경을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있는 것처럼 대답해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트레이드오프가 있을 뿐이고, 정직한 대답은 그 트레이드오프를 설명해서 스스로 고르게 하는 것입니다.
차이의 대부분을 설명하는 한 가지 기준
모든 번역은 서로 당기는 두 목표 사이 어딘가에 놓입니다.
형식적 일치는 원문의 구조를 지키려 합니다. 어순, 관용구, 문법적 모양을 그대로 옮기려 하고, 그 결과 우리말이 어색해지는 것도 감수합니다. 어떤 세부가 나중에 중요해질지 미리 알 수 없으니 최대한 보존하고 해석은 독자에게 맡긴다는 입장입니다.
내용적 일치는 원문의 효과를 재현하려 합니다. 처음 그 글을 읽은 사람이 이해했을 바를 오늘의 독자도 이해하도록, 필요하면 문장 구조를 바꿉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번역은 번역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둘 다 충실함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충실함의 정의가 다를 뿐입니다. 앞의 것은 본문의 모양에, 뒤의 것은 본문의 뜻에 충실합니다. 번역팀은 한 장을 옮기면서도 이 선택을 수백 번 합니다.
한국어 역본들이 놓인 자리
개역한글판(1961). 오랫동안 한국 교회의 표준이었고, 많은 사람이 암송한 문장이 이 판의 것입니다. 그만큼 낭독했을 때의 울림이 있습니다. 대신 반세기 넘는 언어 변화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쓰지 않는 고어체, 뜻이 옮겨간 단어, 오늘의 문법과 다른 문장이 곳곳에 있어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문턱이 됩니다.
개역개정판(1998, 이후 개정). 개역한글의 계보를 잇되 고어와 어려운 표현을 현대 한국어로 다듬은 판입니다. 문장 구조와 익숙한 표현은 상당 부분 유지해서, 개역한글로 암송한 구절이 크게 낯설어지지 않습니다. 현재 많은 교회가 예배와 공적 읽기에 사용합니다.
새번역, 공동번역, 현대인의 성경 등. 읽기 쉬움 쪽으로 더 나아간 번역들입니다. 처음 성경을 펴는 사람, 오랜만에 다시 읽는 사람에게 문턱이 낮습니다. 다만 번역자가 대신 내린 해석적 판단이 그만큼 더 들어 있습니다.
영어권도 사정은 같습니다. KJV(1611)는 개역한글과 비슷한 자리에 있습니다. 사랑받은 문장과 400년의 언어 변화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결정하는 것은 이론이 아닙니다
세 가지입니다.
계속 읽게 되는가. 무겁게 느껴지는 역본은 레위기쯤에서 덮게 됩니다. 읽기 쉬운 역본으로 하루 세 장씩 읽은 사람이, 더 직역에 가까운 역본으로 일주일에 네 구절 읽다가 그만둔 사람보다 결국 성경을 훨씬 잘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정밀함보다 꾸준함이 이깁니다. 언제나 그렇습니다.
교회에서 무엇을 쓰는가. 주일 설교와 소그룹에서 같은 문장을 눈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사소해 보이는 마찰이 매주 쌓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위해 읽는가. 한 권을 통째로 읽으며 흐름을 느끼는 일과, 로마서 9장을 한 절씩 붙들고 씨름하는 일은 다른 작업입니다. 앞의 것은 술술 읽히는 쪽이, 뒤의 것은 직역에 가까운 쪽이 유리합니다. 하나의 성경이 두 가지를 다 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질문 자체를 없애는 방법
주로 읽을 역본 하나를 정하고, 성향이 반대쪽인 역본 하나를 곁에 둡니다.
막히는 구절이 나오면 직역에 가까운 역본과 읽기 쉬운 역본을 나란히 펴 보는 것만으로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역이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원문이 모호했거나 관용구가 우리말로 건너오지 못한 자리입니다. 그 불일치 자체가 신호입니다. 주석을 찾아보기 전에, 여기에 해석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게 됩니다.
"어느 것 하나"라는 틀이 오해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오래 읽는 사람은 대개 하나만 쓰지 않습니다. 기준이 되는 역본 하나와, 비추어 볼 역본 하나를 씁니다.
오래된 역본에 마음이 가신다면
개역한글에 애착이 있다면 —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 언어 변화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아는 채로 읽으시면 됩니다. 현대 역본을 곁에 두는 것은 타협이 아닙니다. 1961년의 한국어와 2026년의 한국어가 조용히 어긋나는 지점을 잡아내는 방법입니다.
이 선택이 결정하지 않는 것
역본 선택은 누구의 신앙이 더 진지한지를 재는 잣대가 아닙니다. 그렇게 쓰인 적이 있고, 결과는 빛보다 열이 많았습니다.
여기 언급한 역본들은 모두 같은 사본 전통을 바탕으로 학자들이 작업한 결과이며, 압도적인 부분에서 일치합니다. 차이는 실재하고 알아둘 가치가 있지만, 그 차이를 둘러싼 논쟁이 시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작습니다.
하나를 고르고, 읽기 시작하세요. 일 년 뒤에 다시 물으시면, 그때는 답할 근거가 훨씬 많아져 있을 겁니다.
Vine Bible에는 한국어 성경을 포함해 여섯 개 번역본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 기기에 저장되어 인터넷 없이 읽을 수 있고, 두 역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화면도 있습니다.